초저녁의 꿈


초저녁 잠의 꿈이다.
고등학교 졸업식날 우연히 마주쳤다가, 작가의 길을 포기 말라고 덕담을 주신 젊은 문학선생님이 주인공이었다. 관점이 1인칭 주인공인지, 전지적 작가인지 헷갈린다.

10층 높이 정도되는 건물의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아득한 지면을 불안한 시선으로 번갈아 보았다. 뛰어내릴 작정이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같이 옥상에 올라와서 침착하게 말렸다. 다급하게 누군가 올라와서 말을 무어라고 했다. 뛰어 내릴려던 그 원인이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고집은 완고했고 신경질적으로 쏘아 붙이며 소리쳤다. 그러고는 아주 겁에 질리고 불안한채로 뛰어내렸다. 3층 정도 밑은 테라스였는데, 바깥으로 기다란 막대기가 게양대처럼 나와있었다. 거기에 윗옷이 걸렸고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병실이었다. 옆에 있던 사람은 옥상에 같이 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가장 앞자리에서 차분이 말리던 중후한 남자였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게 보였는데, 밤새 옆에서 간호하였던 듯이 지쳐보였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할 일이 있다며 바깥으로 나갔다. 나가려는 그를 말리는 듯 일어섰다가 앉아있던 의자에 다시 앉고 잠시 후, 시선은 옷걸이로 향했다. 옷걸이에는 그가 사고 당시 입었던 옷이 걸려 있었다. 바지에 흥건히 묻은 피, "하혈을 했어."

그러자 내가 말했네. '좋습니다, 부인. 훌륭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에로스가 그런 자라면 인간들에게 무슨 쓸모가 있나요?'
플라톤, <향연> 강철웅역 204d~212b 이제이북스


이 부분은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이었다. 초저녁 꿈에서 막 깬 다음에 아무래도 '하혈'이라는 단어가 걸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아주 1여년 정도 읽지 않았던 <향연>을 다시 펼쳐 읽는다. 오래 전부터 앓아온 숙제를 풀 날이 머지 않은 듯 보인다.

"너 향연 언제 읽었어? 고등학교 다닐 때?"
"안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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